코스피는 왜 박스권에 갇힌 걸까?
- 주식 종목 분석
- 2023. 12. 25.
대한민국 대표증시인 코스피의 별명은 박스피입니다. 증시역사를 보면 다른 세계증시들이 고점을 갱신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때 코스피는 박스권에 갇힌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의 자조 섞인 별명이 바로 박스피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코스피가 왜 박스권에 갇힌 것인지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1. 코스피는 정말 박스피일까?
일단 코스피가 정말 박스피라고 불릴 정도로 한심한 상승률을 보여왔는지 검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차트만 봐도 유독 한국지수인 코스피의 우상향 각도가 가장 완만하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전 지구를 다 사버릴 수 있을 정도의 경제 대호황을 누린 뒤 버블이 터지면서 장기침체에 진입했기에 다른 국가의 증시와는 다른 모양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일본조차 최근 지속적으로 고점을 갱신하며 역사적 고점에 도전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각 지수별 상승률(2000년 기준)
- 나스닥(미국) : 420%
- 닥스(독일) : 300%
- 닛케이(일본) : 80%
- 보베스파(브라질) : 700%
- 대만 : 450%
- 코스피(한국) : 250%
객관적인 증시 상승률 수치만 봐도 특이 케이스인 일본을 제외하고 코스피는 단연 꼴등입니다. 코스피는 박스피라고 불리울정도로 한심하고 초라한 상승을 기록해 왔습니다. 도대체 왜 한국증시만 유독 상승률이 낮았던 걸까요?
2. 코스피는 왜 박스권에 갇혔을까?
코스피의 더딘 증시 상승률을 얘기하고자 하면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이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은 여전히 휴전국가이며 휴전선을 기준으로 세계 최고로 정신 나간 집단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따지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대만입니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군사력 세계 최강국 중 하나인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영토이자 자국의 일부로 판단하고 있으며 무력으로라도 하나의 중국을 세우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만 국민 중 65% 이상은 중국과의 전쟁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고, 대만 외교부장 '우자오세'도 2023년 초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그 시기는 2027년으로 예상한다고 발언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습니다. 이런 대만의 증시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며 높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기에 코스피의 부진을 단순히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변명으로 넘어갈 순 없습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진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주주이익 환원 정책
대한민국 기업들의 주주이익 환원 정책은 끔찍할 정도로 규모가 작습니다. 미국의 대표 기술기업인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가 지난 10년간 자사주 매입한 규모는 약 1조 달러입니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약 2,000조 원인데 미국 4개 기업이 10년간 자사주 매입을 위해 쓴 비용이 1,300조라는 겁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주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와 권한을 높여주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2023년 2월 메타는 비용을 줄여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겠다면서 시가총액의 10%인 무려 50조 원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하겠다고 밝혔고 그 즉시 주가는 20% 상승했습니다. 최근 일본기업들은 배당규모를 줄일 수 없게 막는 파격적인 정책까지 도입했고 그 결과 일본 상장사들의 배당 예상액은 무려 144조 원에 달합니다. 한국의 작년 배당규모는 26조 원입니다. 경제규모가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닛케이 지수의 시가총액과(6,400조) 코스피 시가총액(2,000조) 차이는 약 3배이지만 배당금 규모 차이는 6배에 달하는 현실이죠.
대한민국 기업들은 대부분 주주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을 비용이고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근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후진적 기업 마인드에 머물러있는 것이죠.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어떻게든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본인들이 사용하는 비용까지 절약해 가며 자사주 매입을 하고 배당을 하고 있는 와중에 글로벌 큰 손들이 주주 이익에 아무 관심이 없는 대한민국 기업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나. 주주이익 훼손 정책
사실 미국, 일본 등 선진 증시 수준으로 주주이익 환원 정책을 펼치는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수가 적고 기업을 운영하는 가치관도 후진적인 마인드에 머물러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한국만 유독 증시 상승률이 압도적으로 낮은 걸까요? 바로 주주이익 훼손 정책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주주 이익을 높이는 환원 정책이 아니라 주주이익을 훼손하는 정책을 아무 죄의식 없이 남발하고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와 권한을 높여주기 때문에 주가 상승의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한민국은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오는 유상증자를 남발하며 본인들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같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과 자금 조달능력을 갖춘 기업조차도 교환사채나 계열사를 통한 자금 조달이 아닌 주주들에게 돈을 내놓으라며 반 협박으로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증시는 주주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물적분할이 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물적분할 후 상장은 기업들에게 막대한 현금이 주어지지만 주주들에겐 심각한 이익 훼손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주주들을 설득한 뒤에 시행해야 하지만 카카오, SK 등 몇몇 그룹들은 단순히 현금조달과 구주 이익실현을 위해 물적분할을 남발했고, 거기에 기관들이 협력하여 말도 안 되는 공모가와 리포트로 개인투자자들을 속였습니다. 그 결과 모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와 자회사의 주식을 매수한 주주들 모두 심각하게 이익이 훼손되었고 기관과 기업은 막대한 현금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주주이익을 훼손하는데 아무 거리낌 없는 증시에 글로벌 큰 손들이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요?
오늘은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가장 중요한 이유 두 가지를 설명드렸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존리'라는 분이 말씀하시길 주식은 파는 것이 아니라 사모으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던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주주를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는 기업의 경우에는 가격 조정받을 때마다 무조건 사 모으는 것이 적합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께 투자 공부할 의지도 시간도 없다면 그냥 미국 빅테크나 지수 인덱스를 조정받을 때마다 사모으고 은퇴 전까지 절대 팔지 말라고 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하지만 주주이익에 아무 관심이 없고 훼손하는데 관심이 많아 박스권에 갇혀 있는 코스피는 무조건 사모으는 방식으로 거래하시면 안 됩니다. 반드시 명확한 기준과 원칙에 입각해 수익을 챙기고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 쓰셔야 합니다. 코스피는 글로벌 큰 손들의 대기수급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급 공백이 발생하기 쉬워 악재 발생 시 훨씬 더 큰 하락이 나오고 상승 시 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간 글로벌 큰 손들이 코리아가 변했다며 현금 들고 찾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가슴 아픈 주제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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