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로 인한 증시 영향은?(feat. 태영건설)
- 주식 종목 분석
- 2024. 1. 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PF부실에 대해 "옥석 가리기"라는 문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한계기업들은 자구노력과 손실부담을 통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현재 PF 부실과 이에 따른 증시 영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PF란?
PF는 Project Financing의 약자로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로 조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지만 돈이 없을 경우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후 수익금으로 대출자금을 상환하고 나머지 이익을 챙깁니다.
예를 들어 총 10조 원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자본은 5,000억 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PF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토지 매입비 5조 원(내 돈 5,000억 + 4조 5,000억 브릿지론)
- 토지 매입 완료 후 인허가 완료
- 토지 담보로 PF 10조 원 대출 실행하여 기존 브릿지론 4조 5,000억은 상환
- 건물 완공 이후 분양대금 총 15조 수익 실현
- 10조 원에 대한 대출과 이자 총 합 13조 상환 완료
- PF를 통한 프로젝트 수익금 2조 달성
내가 가진 돈은 5,000억 밖에 없었지만 PF를 통해 10조 원의 자금을 조달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이자와 원금을 갚고도 수익금은 무려 2조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내 자본의 20배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2. PF 부실
토지 매입을 위해 브릿지론을 실행했는데 토지 가격이 하락하면 어떻게 될까요? 토지 매입비 5조 원 중 내 돈은 겨우 5,000억에 불과하기 때문에 토지 가격이 10%만 하락해도 내 돈은 사라지고 프로젝트는 실패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수익성이 떨어져 본 PF가 들어오지 않아 브릿지론이 상환이 되지 않거나 건설사 선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완공은 했지만 미분양되어 본 PF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부동산 상승기에서 하락기로 전환되는 시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과거 저금리 시절에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부동산 가격도 상승했고 대규모 자본을 저렴한 이자로 끌어올 수 있었기에 부동산 시장에 PF는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고 욕망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비교적 사업성이 괜찮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물류센터, 오피스텔, 상가, 호텔, 지식산업센터 등 PF 범위는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기 시작했고 PF 대출 잔액은 2023년 134조 원을 돌파하게 됩니다.
하지만 탐욕 가득한 파티가 끝나는 새벽은 분명히 오고 누군가는 어질러진 파티장을 치워야 하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은 역사적인 빅스텝을 단행했고 기준금리 5.5%의 초고강도 재정 긴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같은 강도의 재정긴축은 진행하고 있지 못하지만 3.5%까지 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에 동참했죠.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부동산 가격 역시 상승탄력을 잃었고 자금 조달에 막대한 금융비용을 지불해야 하자 기존 PF의 부실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1금융권 은행권이 실행해 주는 부동산 PF 연체율은 약 2.5% 이지만 증권사, 캐피털, 저축은행들이 주로 실행해 주는 PF 이전 브릿지론의 경우 연체율은 15%를 초과하며 사실상 부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유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브릿지론은 본 PF가 실행되어야지 EXIT 할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PF 실행을 해줄 제1 금융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3. 연쇄 도산(태영건설)
위와 같은 부동산 PF 부실의 첫 타자로 나온 건설사는 바로 태영건설입니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잔액은 약 3조 원이고 자본대비 부채비율은 480%로 사실상 자본 잠식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현재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잔액 중 약 1조 원 이상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받고 있기에 문제의 심각성은 굉장히 높습니다.
더 큰 문제는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PF발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채권단에서는 만기 연장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라 PF에 묶여있는 토지나 건물 등이 시장에 쏟아지거나 최악의 경우 경매 매물로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산이 매각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이 손실로 자본력이 약한 저축은행, 캐피털, 건설사 등이 연쇄 도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금 건설사 단계에서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PF 부실은 금융권과 증권사로 위기가 확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4. 정부 개입
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시장원리를 강조하며 자구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부동산 PF가 대한민국 경제 위기의 트리거가 될 확률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과거 경제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시장원리에만 입각해 대응했을 때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함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리먼 브라더스, 서브 프라임 사태 당시에 미국 정부가 충분히 개입하지 않고 시장 원리에만 맡긴 결과 경제위기로 이어졌고 시장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죠. 해당 사태들을 통해 경제 위기의 트리거를 막는 비용이 경제 위기를 직격으로 맞고 수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는 것을 깨달은 미국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각종 시장에서 자산가격이 폭락하자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며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자산가격을 방어해 경제 위기 트리거를 제거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에 직면했지만 자산가격 폭락으로 국민들이 노숙자가 되어 길거리에 내몰리는 최악의 상황은 방어한 것이죠.
대한민국 정부 역시 부동산 PF가 연쇄도산을 불러오고 경제위기의 트리거가 되는 상황을 단순히 시장원리에만 맡기고 지켜보지만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정부가 개입해 정책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를 비난하는 국민들의 반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기업들의 자구책을 먼저 요구할 겁니다.
종합해 보면 현재 태영건설 사태는 분명히 부동산 PF발 큰 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문제인 건 확실합니다. 지금 사태가 아무런 대책 없이 진행된다면 건설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캐피털, 증권사로 위기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겁니다. 하지만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이 작동할 시간은 아직 있기에 너무 부정적인 관점으로만 시장을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침체를 울부짖으며 증시폭락을 예견하고 인버스 투자를 종용했던 위기론자들이 세계 증시의 기록적인 상승으로 본인들과 추종자들의 계좌는 한 여름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려 쥐구멍에 숨었다가 이번 태영건설 사태를 통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시 튀어나와 인버스를 외치고 있습니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시장이 보여주는 방향을 그대로 믿지 않고 하찮은 본인의 생각과 신념으로 시장의 방향에 맞서려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은 근거 없는 위기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만들어 낸 기회에 투자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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